날씨 이야기는 이제 하지 않겠습니다. 계절풍이 빨라지고 피부의 솜털 끝에 남은 약간의 습기조차 바싹 말라버릴 것이다라는 예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뻔하지만 갑작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하여 매번 놀라고 피부 표면이 얼얼하게 갈라지고 골수에까지 살얼음이 끼는 듯한 괴로움에 대해 곱씹는 것 말고도 후회할 일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왜 몬순 기후의 어느 나라로 떠나지 않았을까 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당신은 매일 아침 출근 버스에 오를 의지 정도만 있었고 그 이후로는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습니다. 커피를 중요한 끼니처럼 챙겨 마셨지만 정작 밤에는 어둠과 별빛 사이에서 제비뽑기로 길을 정하며 결국 당신 자신이 완전히 불운하다는 것을 뜬 눈으로 깨닫고는 했지요. 밤에는 차를 우리고 명상을 하자고 다짐하던 당신의 작은 소원은, 채워놔야 할 생필품들의 끝도 없는 목록과 세탁실의 결로로 생긴 곰팡이 자국과 어제 헛수고만 한 것으로 판명 나버린 업무로 인하여 밀려나고 맙니다. 게다가 화장실 변기의 누수처럼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에서 물이 작게 흐르는 소리가 납니다. 안 그래도 보증금을 올리려 벼르고 있는 집 주인에게 당신은 당신 내부의 결로와 누수를 발설할 수 있을까요? 그 집의 주인은 가난의 대물림인지, 불합리한 사회 구조인지, 당신 자신 그 자체인지 도대체 누구인지 몹시 헷갈리기만 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위로’와 ‘계몽’입니다. 고백하자면 나 자신은 누군가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 멋대로 기대한다는 마음은 한 종류의 폭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부모의 자긍심의 희생량이 되고도 남았을 한 아이에게 차마 그럴 수 없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친구와 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번 나가고 그만둔 독서토론과 와인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의 만남 속에서조차 찬사와 떠받듦과 인정만을 바라는 인간 군상 전반에 대한 짐을 지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편지까지 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에게 부과받은 세금납부의 의무와 반면 세제 혜택이라고는 없는 당신 내부의 빈곤을 그저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라는 이 고백을 당신이 알게 된다면 당신에게 과연 좋은일일까요, 아닐까요? 그것은 차마 알 길이 없습니다.
어느 몬순 기후의 도시에서는 교통체계랄게 없습니다. 위험천만해보일뿐더러 종종 교통사고도 난다고 합니다만 그 속에서 화낸 사람, 욕하는 사람 한 번 보지를 못했습니다. 나는 그게 좋았습니다. 법률의 세부 사항의 세부 사항이 조율되어 공포되었더라도 결국 멀쩡한 사람에게 소리지르는 것을, 규칙을 지키고도 화를 입는 사람들을, 내가 사는 곳이기에 이토록 자주 보는 것이었을까요? 부디 그런 것이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보는 요즘입니다.